여리여리한 아지랭이

처음 보들보들한 손에 닿는 감촉이 좋아서 데려왔다.
솜처럼 폭신한데 조금은 수분감이 있어서 부들부들한 느낌이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촉감이다.

여느 식물마냥 겉흙이 마르면 충분히 물을 주라는 도움안되는 말을 듣고 볕 잘드는 베란다에 자리잡게 하고 아침 저녁으로 쓰다듬어주며 키웠다. 약간 웃자라는 느낌에 구글링을 한참이나 한 후에 모자른 비료도 주고 다시 생기를 찾는 녀석에 대견해하며 키우는 재미를 느꼈었다.

이렇게 잘 자라던 녀석이 며칠동안의 폭염에 더위를 먹었나보다. 밑둥이 갈변하더니 놀란 마음에 거실로 들여놓고 며칠 지켜보았는데 결국 다시 생기를 찾지 못했다.

조금 더 관심을 두지 못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녀석에 대한 아쉬움에 더해 그간 소원했던 주변에 대한 미안함이 더해져 더 진하게 느껴지는 하루.

엄청난 생명력에 놀라며

씨앗을 심으면서도 과연 좁쌀보다도 작은 씨악들이 과연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의심했었다.
아침 저녁으로 스포이드로 물을 주면서도 그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어느날 불쑥 모습을 보이는 고수, 스위트바질, 오레가노, 파슬리..
요 녀석들을 키워서 샐러드를 만들 수 있을까 계속 의심이 되지만 잘 키워볼 요량.

어릴 적에는 몰랐던 작은 것들이 주는 놀라움이 계속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그렇게 꽃사진들을 찍고 보내주시고 한 모양이다.


이번에 씨앗을 심으면서 씨앗을 사서 심는 오래된 방식이 얼마나 멋지게 바뀔 수 있는지 경험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한 일러스트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하며, 실제 씨앗을 발아하는 과정을 염두한 패키징까지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사용자의 행동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에 좋은 참고가 될만한 업체인듯 하다.

내가 식물을 기른다니..

한번도 식물에 대해서 관심을 둔적이 없었다. 자연을 지키거나 뭐 이런 것을 떠나 관심 자체가 없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화초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인가 관심을 기울여 키워내고픈 생각이 들어서였다. 새삼스레 이제껏 제대로 키워본적 없는 녀석들인데 잘 키워낼지 고민하며 집근처 화원에 들러 한참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녀석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청와 2호라 이름 붙인 이 녀석은 스파티필름 종으로 물만 주고 적당한 응달에 두면 기르기 쉽다고- 무서운 적당한, 이 말대로라면 죽어나가는 화초는 없어야할듯 하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는 그런 식물은 없는듯 하다- 하는 사장님의 말에 데려와 적당히 볕이 들고 적당이 그늘이 지는 명당자리를 찾아 자리잡게 했다. 

이삼일은 물을 주지말고 잎에 분모만 하라는 지시에 따라 깻잎 양념장 묻히듯 한장한장 정성스레 물을 적셔주며 찬찬히 살펴보니 튼튼한 줄기와 싱그런 녹색이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잘 고른듯.. 

제발 잘 자라서 이쁜 꽃들을 보여주기를..  근데 정말로 왜 갑자기 화초를 기르고 싶어졌을까?

아주 우연한 순간. 이 녀석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떻게 변해갈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지금 시작해볼 요량이다.

스파티 필름 :
반양지 식물로 봄~가을 실외 베란다 가능 겨울에는 실내로 대피해야하는 종.
반양지는 직사광선이 닿지않는 밝은 곳 정도 되는데 베란다에 블라인드를 쳐두는 경우에는 베란다가 적당. 생각보다 광량이 줄어드는 것이 많기 때문에 방이나 거실 안쪽은 최적의 장소는 아닌듯 하다.
대부분의 관엽 식물처럼 과습에 취약하다. 따라서 물 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 것이 물주기의 관건이다.
물은 주고 싶은데 뭔가 아쉽다면 분모기로 잎에 듬뿍 물을 뿌려주면 과습도 방지하고 식물들도 좋아한다. 물이 모자라면 잎들이 축 처지는데 그렇다고 바로 잎이 떨어져 죽어버리지 않으니 이럴때 물을 충분히 주면 신기하리만큼 생생하게 돌아간다.

스파티 필름종에도 몇가지 종류들이 있는데 30-40cm정도 크기로 자라는 파티니이종, 이에 비하면 훨씬 큰 잎을 자랑하는 칸니폴리움은 60-100cm로 자란다고 하는데 실제 보지를 못해서 어떤지 궁금한 녀석.

집에 들인 녀석은 청와 2호로 2020년 11월 30일 겨울이 시작될 무렵 어떨결에 그린핑거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