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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멍쉬멍 제주일주 -3번째

딱히 여행기는 아니지마 여행을 하며 기억에 남는 것들을 무작위로 적어볼까 한다.

제주도를 조금 길게 자전거를 여행하다보니 길 이외에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오고 그건 번잡하게 괴롭혀오던 여러가지 것들에 혼자만의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자전거 여행의 또다른 장점이라 생각한다.

세째날 이후부터는 몸이 자전거 여행에 적응이 된듯하다.
새벽일찍 일어나 간단히 준비하고 떠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걷는 것 보다 페달링이 자연스럽다. 조금은 가파른 언덕에도 그러려니하고 내게 주어진 모든 기어를 써가며 편안하게 올라간다.

기어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전거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무슨 기-승-전-바이크트립 같긴 하지만 생각나는 부분이니 적기로 한다.
제주도는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여행하는 중 쉬다보면 다른 여행자들의 모습을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다. 멋진 로드 자전거에 어깨에 짐들을 짊어매고 달리거나, 막자전거에 배낭을 위태하게 짐받이에 묵고 우비(?)를 뒤집어 씌워서 페달링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떠오르지만 같은 비용이라면 최고급 스펙에 꼼꼼한 관리가 함께 제공되는 바이크 트립이 필수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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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트립을 통해 대여 받은 것은 자전거, 패니어 세트+짐받이, 핸들바가방, 헬맷, 라이트, 후미등, 자물쇠 이렇게 받았는데 자전거 빌리는 비용에 옵션이 아니라 기본이기 때문에 따져보면 저렴하다. 아 여기에 바이크트립 서비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1시간 출동 서비스도 포함!!! 아직 서비스 초반이라 과하다 싶을정도의 친절함이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것이라고 하니 계속 관심있게 지켜볼 부분이다.

이번에 빌린 구스토 MTB는 카본이나 다른 스펙들도 훌륭하지만 제일 맘에 드는 부분이 바로 충분한 기어다. 사실 투어링용이라기 보다는 레이싱용 구성이지만 워낙 30단의 기어는 워낙 힘의 조절을 다양하게 세팅할 수 있어 조금 과장을 보태면 걸어갈 수 있는 곳이면 페달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고수는 장비를 따지지 않는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장비면 더 편히 여행할 수 있고, 자전거 여행이 초보라면 좋은 자전거는 자전거 여행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바이크 트립을 이용하면 자전거 여행이 한결 수월해지는 이유다.

로드가 하루이틀 달리기에는 뽀대도 나고 멋져 보이지만 변수가 많은 자전거 여행이라면 구조적으로 든든한 산악자전거를 추천한다. 특히나 처음 장거리를 자전거로 달린다고 하면, 그리고 생활자전거가 라이딩 경험의 전부라고 하면 더욱더 산악자전거를 추천한다. 아마 바이크트립에 문의 드려도 같은 말씀을 하실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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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짐받이는 바이크트립에 문의한 결과 라딩이에 무리가 없으면 괜찮다는 의견으로 마트에서 조금 나은 재료로 임시 처방을 업그레이드. 계속 라이딩을 진행하기로 했다.

보통 숙소에서 현지분들이 즐겨가시는 식당을 물어서 도전하면 거의 성공한다. 관광객 티내며 호갱님이 될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여행은 어디서 먹고, 뭘 보고, 그리고 자는가 이것들의 조합인데 제주도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다양한 꺼리들이 선택의 즐거움을 지나 찾아보는 괴로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이러한 선택들에 조금은 자유로와 질 수 있다. 페달을 젓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잠시 머물러 볼 수 있고, 맛나 보이는 것들이 있으면 맘껏 먹고 잠시 페달링을 하면 또 나타나는 궁금한 다음 음식을 부담스럽지 않게 먹어볼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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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중에는 맘에 맞는 지기와 함께라면 호젓한 도로가 되면 그간에 못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나눌 수도 있고, 혼자라도 눈앞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라이딩 할 수 있고, 아름다운 풍광이 밋밋해질 즈음이면 혼자만의 사색으로 돌아보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제주도가 그리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보니내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다 보고 경험하고 가리라고 다짐하겠지만 제주도가 무슨 여의도만한 것도 아니고 불가능에 가깝다. 되도록 많은 것을 보면 좋겠지만 시간단위로 쪼개어 치밀하게 짜놓은 일정표는 자칫 바람에 맞서며 극한에 가까운 라이딩 기억만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리스트를 작성하고나면 오히려 못다한 숙제에 속상할 수 있으니 그 점을 고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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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라이딩하다보면 돌담을 끼고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얼기설기 쌓아놓아 안무너지나 항상 불안했지만 쌓아올린 돌 사이의 공간으로 바림이 통해서 요즈음 꼼꼼하게 쌓은 돌담들보다 훨씬 더 굳건히 써 있다고 한다.

살아가는 것도 비슷하다. 물조차 스며들 수 없는 빡빡한 삶보다는 제주도 돌담의 바람구멍처럼 약간은 비어있는 틈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그 틈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제주도를 달리는 내내 돌담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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