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물을 잘 기르지 못한다.
관심을 기울이면 뭐랄까 더 발육이 더뎌디는 묘한 현상이 있다.
식물은 사올 때가 제일 싱싱하다는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부류인 것이다.
사진의 알로카시아는 참 우여 곡절이 많다. 분명 처음 사올 때는 보통의 알로카시아처럼 긴 줄기에 우산처럼 생긴 하나의 잎이 매력적인 녀석이었다.
하지만 많은 관심을 기울인 덕분(?)으로 줄기가 물러지는 현상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한장 뿐인 잎이 없어지고 덩그러니 줄기만 있는 상태가 되어 당연히 죽어버린 것으로 생각했다. 화분을 정리할 생각으로 화분을 엎었는데 어디선가 읽은 물러버린 부분을 잘라 다시 흙에 식재하면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말에 어차피 죽은 것이니 한번 해볼까 하고 고슬한 흙에 심어두고 한두어달 지났을까?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잎이 나기 시작했다. 그 놀라움이란. 그래서 다시 한 번 관심을 두고 새로 나온 잎을 애지중지 잎도 닦아가며 정성을 쏟았더니 처음은 곧잘 자라는 듯 하더니 다시 시들해져 버렸다. 엄청난 수술을 거친 후 살아난 녀석이라 안타까웠지만 내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새로나오는 잎이 떨어지고 그 자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까맣게 변해버려 더이상 새순을 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아. 곧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다시 한 번 계절이 변하고 그냥 마른 나무의 모습이 안스러웠다.
그런데… 본래의 나무 줄기가 아닌 옆에서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잡초인줄 알았다. 전혀 상관 없는 곳에서 잎파리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그것도 한계절을 아무런 변화도 없이 있다가 말이다.
그렇게 순을 내기 시작한 알로카시아는 이제껏 한번도 내본적없는 순들을 쏟아 올렸다. 이제까지 이 때를 위해 기다린것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만일 화분을 치워 버렸으면 이런 순간은 볼 수 없었겠지? 이렇게 필꺼라 기대하지 않은 미안함에 글을 남겨본다. 잘하고 있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버티고 자라주고 있었구나.